차시별 강좌

1주차 · 1차시

강좌의 목적과 자기진단

짧은 글에서 주장·이유·연결전제를 표시하고 막힌 지점 기록

화요일 9월 1일

함께 생각할 질문그럴듯한 문장들이 하나의 판단에 기여하지 못하는 순간은 언제이며, 넓은 화제를 검토 가능한 논제로 바꾸려면 무엇을 더 정해야 하는가?

논증문을 이루는 네 가지 관계

그럴듯하게 썼는데, 논증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문제에는 경제적 측면도 있고, 윤리적 측면도 있으며, 사회적 측면도 있다.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

성실하고 폭넓게 생각한 글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경제적 이유는 어느 결론을 지지했나요? 두 입장의 이유가 충돌할 때 무엇을 더 받아들여야 하나요? ‘균형 있게’라는 말은 이 질문들의 답이 아닙니다. 많이 알고 있음을 보여 주는 글과, 독자가 더 잘 판단하도록 돕는 글은 다릅니다.

나는 수업에서 이런 실패를 자주 마주칩니다. 학생이 생각하지 않아서만은 아닙니다. 시험 답안이나 면접에서는 짧은 시간에 아는 것을 많이 보여 주고, 여러 입장을 소개하며, 편향되지 않은 태도를 드러내는 일이 유리했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익힌 성실한 습관이 논증문에서는 오히려 문제를 가리기도 합니다. 이 강좌는 그 습관을 그대로 둔 채 문장만 매끄럽게 만드는 수업이 아닙니다. 무엇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찾고, 자신의 답을 독자가 검토할 수 있는 논증으로 세우는 수업입니다.

서로 이야기하게 하면 저절로 나아질까

암기 위주의 수업이 문제라면, 반대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서로 글을 읽어 주게 하면 될까요? 나는 이 수업의 상호피드백에도 같은 의문을 던집니다. 교수자가 혼자 모든 글에 코멘트할 수 없어서 학생들에게 맡긴다고, 그것만으로 더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을 보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 서로 “좋은 글이다”, “관점을 더 다양하게 넣자”라고 말하며 익숙한 습관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서로 말할 기회와, 서로의 논증을 검토할 도구를 구별합니다. “이 전제를 받아들여도 그 결론이 나오나요?”, “이 사례는 주장을 뒷받침하나요, 단지 같은 주제를 다루나요?”처럼 구체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틀을 연습시키는 까닭도 학생의 생각을 대신 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생각을 어디서 어떻게 시험하고 고칠 수 있는지 배우게 하려는 것입니다.

좋은 논문은 무엇에 기여해야 하는가

이 강좌는 좋은 논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당장 정책을 바꾸거나 큰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못된 개념 구별을 고치거나, 당연하게 여긴 설명의 예외를 밝히거나, 경쟁하는 두 주장의 근거를 가려내는 일도 우리의 판단을 바꿉니다.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박식함이 아니라 그 글을 읽은 뒤 무엇을 더 잘 알거나 판단하게 되는가입니다.

이 관점에서 네 가지 요구가 연결됩니다. 먼저 해결할 문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명료한 논제로 제시해야 합니다. 그 답을 받아들일 이유를 논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그 이유와 한계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문제·논제·논증·전달은 따로 채점할 장식 네 개가 아니라, 글이 지식과 판단에 기여하기 위해 서로 맡는 일입니다.

주제는 있는데, 논제는 없는 글

‘도서관 이용’은 주제입니다.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 운영시간을 늘려야 하는가?’는 질문입니다. ‘시험 기간에는 운영시간을 두 시간 늘려야 한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자, 이제 이유를 들어 옹호해야 할 논제입니다. 주제는 무엇에 관한 글인지, 논제는 그 대상에 관해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려 줍니다.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문장만으로는 이 글이 도달할 답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붙였다고 곧 좋은 쟁점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도서관은 중요한가?’에는 쉽게 동의하면서도, 누구를 위해 얼마나 오래 열 것인지에는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늦게 공부할 공간의 필요와 비용·근무 조건을 함께 고려할 때 답이 어려워집니다. 바로 이 어려움을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 대상을 골랐다는 사실과, 해결할 만한 문제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구별하세요.

우리가 먼저 훈련할 능력

이 강좌에서는 쟁점 발견 역량과 논증 역량을 중심에 놓습니다. 첫째는 풀어야 할 문제를 식별하는 능력이고, 둘째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정당화하는 능력입니다. 문장과 구성을 다루는 수사적 역량도 필요합니다. 다만 무엇을 주장할지와 왜 그 주장이 성립하는지를 정하지 않은 채 서론·방법·결과·논의 같은 형식의 칸부터 채우지는 않겠습니다.

글을 읽으며 “풍부하다”, “균형 있다”, “자연스럽다”는 인상이 들 때 한 번 더 물어보세요. 어느 판단을 무슨 이유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글의 외양에서 논증의 성취로 평가 기준이 바뀝니다.

논증적 글쓰기는 무엇을 해결하는가

자료와 결론 사이에서 해야 할 일

많은 학생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한다. 따라서 도서관 운영시간을 두 시간 늘려야 한다.

첫 문장이 사실이라 해도 결론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그 학생들이 도서관을 필요로 하는지, 다른 공간은 충분한지, 두 시간 연장이 적절한지, 비용과 근무 조건을 어떻게 다룰지 확인해야 합니다. 학생 수를 보여 주는 자료는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그 자료 하나가 정책 판단 전체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고쳐 쓰려면 문장을 더 그럴듯하게 늘리는 대신 빠진 판단을 꺼내야 합니다. “늦은 시간 학습 공간의 수요가 있고 다른 공간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 판단, “그 수요를 충족하는 대안 가운데 비용과 근무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판단 원칙, “두 시간 연장이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적용 판단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입증하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 자료나 논증이 더 필요합니다. 결론을 먼저 정한 뒤 아무 자료나 붙이지 말고, 그 결론을 위해 무엇이 먼저 성립해야 하는지부터 적으세요.

믿게 만드는 것과 믿을 이유를 제공하는 것

논증적 글쓰기는 독자에게 정당화된 믿음을 제공하려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믿음은 신앙이나 막연한 확신이 아니라 어떤 명제가 참이라고 받아들이는 판단을 뜻합니다. 말솜씨나 권위 때문에 독자가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판단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실제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검토해야 할 좋은 이유를 제시했는지 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설명과 논증도 구별해야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가’를 설명하는 일과 ‘이 명제를 왜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논증하는 일은 묻는 바가 다릅니다. 인과적 설명 자체의 옳음을 입증하려면 논증이 필요하므로, 한 글에서 두 작업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의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지금 제시한 문장이 어느 질문에 답하는지 아는 것입니다.

논증적 수사학: 약점을 감추지 않고 판단을 돕기

이 강좌에서 표현을 다듬는 목적은 논증의 빈 곳을 감추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논제와 이유를 독자가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검토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논증적 수사학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쟁점을 바로 보여 주는 도입, 결론을 숨기지 않는 서론, 이유의 의존관계를 따르는 문단 순서가 그 예입니다.

독자와 대화하듯 쓸 수 있고 다른 입장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대 입장에 같은 분량을 배정하거나 마지막에 중간으로 물러서는 것만으로 논증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반대 주장이 옳다면 내 전제를 고쳐야 하고, 옳지 않다면 왜 그렇지 않은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공정함은 검토의 태도이지, 언제나 절충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직접 해보기

내 글을 고치는 첫 질문

최근 쓴 글에서 중심 주장과 그것을 직접 지지하는 이유를 한 문장씩 골라 연결해 봅시다. “더 자세히 쓰자”로 끝내지 말고, “수요가 있다는 사실에서 두 시간 연장이 최선이라는 판단으로 넘어가는 이유가 빠졌다”처럼 결함을 특정하세요. 동료가 그 연결을 계속 질문한다면 단순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암묵적으로 전제한 것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한 단락의 OREO에서 시작해 부분결론과 전체 결론을 잇는 Lemma–Theorem 구조까지 연습합니다. 템플릿은 빈칸을 채우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아직 하지 않은 추론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훈련 도구입니다. 『문장의 얼개』의 실패 사례도 같은 질문으로 읽으세요. 어떤 문장이 어색한가에 앞서, 어떤 판단을 아직 정당화하지 못했는가를 찾습니다.

수업 준비와 마무리
수업 전
한 학기의 세 가지 학습 과정과 평가 방식·기준 살펴보기
수업 후
자기진단을 바탕으로 다음에 할 일 하나 선택

이 차시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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