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별 강좌

5주차 · 10차시

하나의 논증을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하기

확인 문제 3, 고트의 논증으로 글 전체를 구성하고 자기 글의 충분성을 점검합니다.

목요일 10월 1일

함께 생각할 질문서론이 약속한 문제·방법·범위와 본론이 실제로 확보한 판단, 결론이 회수하는 범위가 서로 맞는가?

고트의 논증으로 서론·본론·결론 구성하기

하나의 논증을 서론·본론·결론으로 옮겨 보기

고트가 되어 창의성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해 봅시다. 먼저 고트의 논의를 토대로 전제와 결론, 예상 반론과 응답을 정리한 뒤, 이미 마련한 논증을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한 편의 글로 옮깁니다. 창의성에 관한 별도의 주제를 하나 더 배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논증이 서론에서는 어떻게 예고되고, 본론에서는 어떻게 입증되며, 결론에서는 어떻게 회수되는지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사례를 비교하여 논증의 뼈대를 세우고, 그 뼈대로 서론을 작성한 다음, 본론 단락과 결론까지 연결합니다. 마지막에는 같은 순서로 자기 글을 설계합니다. 논증할 내용을 정하는 일과, 그 내용을 전달할 글의 구성을 정하는 일을 구별하면서 읽으세요.

예시와 해설

1. 같은 모양인데, 같은 성취인가

사막에서 모래 예술가가 멋진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바람이 우연히 꼭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고 합시다. 두 형상은 똑같이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두 경우를 같은 창의적 성취라고 평가할까요? 첫 형상 앞에서는 예술가의 능력을 칭찬한다면, 바람이 만든 형상 앞에서는 무엇을 칭찬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바로 정답을 고르기보다 내가 지금 평가하는 것이 결과물의 성질인지, 누군가가 그것을 만들어 낸 능력과 성취인지 구별해 보세요. 눈에 보이는 형상은 그대로 두고 생성 과정만 바꾸었을 때 판단이 달라진다면, 그 판단에는 결과물의 모양 이외의 조건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논증을 세워야, 뒤에서 무엇을 주장하고 입증할 글인지 정할 수 있습니다.

2. 고트의 논의에서 전제·반론·응답을 재구성하기

새롭고 가치 있는 결과가 생겼다고 언제나 그 사람의 창의적 성취인가? 베리스 고트(Berys Gaut)의 논의를 토대로 이 질문에 답해 봅시다. 팔의 경련으로 물감이 쏟아져 아름다운 무늬가 생긴 경우, 그 결과를 그 사람의 창의적 능력 덕분이라고 칭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조건 하나를 바꾸어 봅시다. 만들고 싶었던 그림이 있었지만 작업 도중 물감을 떨어뜨려 우연히 바로 그 그림이 생겼습니다. 아까와 달리 의도가 있었으니 이제는 그 사람의 능력을 칭찬할 수 있을까요?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결과가 능력의 발휘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비교에서 결과를 원함, 결과를 낼 능력, 실제 과정에서 그 능력을 발휘함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칭찬할 만한가’도 단지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이 아닙니다. 그 성취를 행위자의 능력에 돌릴 이유가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 관계를 드러내도록 다음과 같이 논증을 재구성해 봅시다.

  1. 출발 전제: 창의적 성취를 행위자에게 돌리려면, 새롭고 가치 있는 결과가 단순히 발생했다는 사실을 넘어 그 결과가 행위자의 창의적 능력 발휘에서 나왔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의도에 관한 논증: 의도하지 않은 경련으로 아름다운 무늬가 생긴 사례는 좋은 결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행위자의 창의적 성취가 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어떤 가치를 산출하려 했는지가 중요하다.
  3. 과정에 관한 논증: 바라던 그림이 물감을 실수로 떨어뜨린 결과 우연히 생긴 사례는 의도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행위자가 그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제 과정을 이끌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4. 도출할 논제: 창의적 성취를 행위자에게 돌리려면 결과의 새로움과 가치뿐 아니라, 그 가치를 지향하고 산출 과정을 이해하며 이끄는 행위자적 관여가 필요하다.

둘째와 셋째 사례를 늘어놓기만 해서는 첫 전제가 입증되거나 마지막 결론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왜 그 경우를 능력의 발휘로 평가하기 어려운지 설명하고, 두 사례가 각각 어느 조건을 검토하는지 밝혀야 합니다.

여기에 “창작에는 우연이 개입하는데, 통제가 필요하다면 실제 창작을 거의 배제하지 않는가?”라는 예상 반론이 가능합니다. 이 반론은 ‘우연이 개입한 과정은 행위자가 이끄는 과정일 수 없다’는 연결을 필요로 합니다. 재반박에서는 바로 이 연결을 검토합니다. 우연히 생긴 효과를 알아보고 선택하거나 수정하여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면, 우연의 개입과 통제의 부재는 같지 않습니다. 모든 세부를 처음부터 의도하고 완전히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확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 글의 재료가 마련되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떠올리고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제와 비교를 거쳐 어떤 반론에 답할 것인지를 갖춘 상태에서 서론을 써 봅시다.

3. 서론에서 독자에게 예고할 다섯 가지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은 중요하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논의할 것이 많다. 이 글에서는 창의성의 여러 측면을 살펴본다.” 익숙한 서론이지만 독자는 무엇이 어려운 문제인지, 필자가 무슨 답을 어떤 이유로 제시할지 알 수 없습니다. 주제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문장만 늘리고 쟁점에는 진입하지 않은 것입니다.

논증문의 서론은 결론을 감추어 호기심을 끄는 예고편이 아닙니다. 독자가 논증을 미리 파악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문제의 배경, 경쟁하는 논변과 남은 난점, 핵심 논제, 논증 전략, 서술 순서를 밝혀야 합니다. 이번 연습에서는 이 다섯 기능을 각각 써 봅니다. 특히 논증 전략과 서술 순서를 ‘비슷하다’며 하나 생략하지 마세요. 무엇으로 답을 정당화할지와, 독자가 어떤 순서로 읽게 될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나는 이 점을 “논제를 숨은그림찾기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창의성을 살펴보겠다’고만 해 놓고, 독자가 본론 곳곳에서 필자의 답을 추리하게 만들지 마세요. “나는 무엇을 주장한다”를 먼저 밝히고, 무엇을 근거로 그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 주세요. 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보다 독자가 내 논증을 정확히 검토하게 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입니다.

앞의 논증으로 서론을 쓴다면, ‘창의성은 중요하다’는 넓은 말보다 우연히 얻은 좋은 결과를 왜 행위자의 창의적 성취라고 하기 어려운가를 문제로 제시하는 편이 글의 방향을 분명히 합니다. 배경이 자기 질문을 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다른 주제의 실패 사례와 비교해 봅시다.

배경의 역할을 확인하는 대조 사례

글의 중심 질문이 태아의 도덕적 지위인데, 서론을 ‘관련 법률의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로 시작했다고 합시다. 이 배경은 왜 어긋날 수 있을까요? 같은 주제의 뉴스이므로 넣어도 되는 것 아닐까요?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면 법 개정이 왜 지연되며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다룰 글을 예상합니다. 그런데 본론은 다른 질문에 답한다면 독자에게 잘못된 길을 예고한 셈입니다.

짧은 서론의 배경은 주제와 관련된 유명한 사건을 하나 골라 넣는 칸이 아닙니다. 도덕적 지위에 관한 어떤 판단이 다투어지는지, 그 판단이 왜 쉽게 결정되지 않는지부터 보여 주세요. 사건을 쓰더라도 그것이 바로 그 난점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연결해야 합니다. 무슨 주제인지 환기하는 배경과, 내 질문을 제기하는 배경은 다릅니다.

이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배경을 쓰지 말라는 규칙이 아닙니다. 독자를 내가 실제로 답할 질문으로 데려오는 배경을 쓰라는 것입니다. 이제 고트의 논증으로 돌아와, 앞에서 정리한 다섯 기능을 하나의 서론에 담아 봅시다.

예시와 해설

4. 서론 작성례: 문제에서 전략과 순서까지

우연히 생긴 아름다운 결과를 창작자의 창의적 성취로 인정할 수 있을까? 결과의 새로움과 가치에만 주목하면 우연한 성공도 능력의 발휘와 구별하기 어렵지만, 우연을 전부 배제하면 실제 창작에서 우연을 활용하는 과정을 놓친다. 나는 창의적 성취를 행위자에게 돌리려면 결과만이 아니라 그가 과정을 이해하고 이끈 방식까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의도 없이 생긴 결과와 의도만 있었던 우연한 성공을 비교하여, 결과의 가치나 결과를 원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성취의 귀속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음을 보일 것이다. 이어 우연의 개입이 통제의 부재를 뜻한다는 반론의 전제를 검토한다. 본론에서는 먼저 결과의 가치와 행위자의 성취를 구별하고, 두 우연한 성공 사례를 차례로 분석한 뒤, 우연한 효과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통해 그 반론에 답하겠다.

첫 문장은 막연한 사회적 배경 대신 풀어야 할 질문을 바로 제시합니다. 둘째 문장은 두 판단 방식의 난점을 보여 줍니다. 셋째 문장은 최종 논제입니다. 넷째와 다섯째 문장은 무엇을 비교하고 어느 전제를 검토하여 논제를 옹호할지, 곧 논증 전략을 밝힙니다. 마지막 문장은 서술 순서입니다. 전략이 ‘어떻게 입증하는가’를 알려 준다면, 순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확인하게 되는가’를 안내합니다.

기존 논쟁을 소개할 때에는 실제 관련 문헌의 저자·출처와 논변을 제시해야 합니다. 가능한 두 입장을 대비했다고 선행연구의 소개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 작성례에서는 먼저 문제·논제·전략·순서의 연결을 보고, 자기 글에서는 읽은 문헌을 토대로 기존 논쟁과 남은 난점을 구체화하세요.

예시와 해설

5. 본론 작성례: 예고한 순서를 실제 논증으로 만들기

서론의 마지막 문장은 본론에서 해야 할 일을 약속했습니다. ‘결과의 가치와 성취의 귀속 구별 → 의도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 우연의 개입이라는 반론과 응답’이라는 순서를 실제 단락으로 옮겨 봅시다.

새롭고 가치 있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그 결과를 한 사람의 창의적 성취로 인정하는 일은 다르다. 경련 때문에 물감이 쏟아져 아름다운 무늬가 생겼다면, 결과물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 사람이 창의적 능력을 발휘했다고 칭찬하지는 않을 수 있다. 두 평가는 서로 다른 것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결과물에 관한 평가는 그 성질을 묻지만, 행위자의 성취에 관한 평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묻는다. 따라서 결과의 가치만으로는 창의적 성취를 행위자에게 돌릴 충분한 이유가 마련되지 않는다.

결과를 원했다는 사실을 더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바라던 그림이 있었지만 물감을 떨어뜨린 실수로 우연히 바로 그 그림을 얻었다면, 목표와 결과가 일치하더라도 그 일치가 그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의 발휘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의도는 있었지만 의도한 결과에 도달한 과정을 능력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제 과정을 이끌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이에 대해 실제 창작에는 우연이 흔히 개입하므로 과정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면 창의성을 지나치게 좁힌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반론은 우연이 개입하면 행위자가 과정을 이끌 수 없다고 전제한다. 우연히 생긴 효과를 알아보고 선택하거나 고쳐 작품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우연이 개입하면서도 창작자의 판단과 능력이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우연을 전부 배제하지 않고도 행위자가 산출 과정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물을 수 있다.

첫 단락의 부분결론은 ‘결과의 가치만으로 성취의 귀속이 설명되지 않는다’입니다. 둘째는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를 확보하려 합니다. 셋째는 앞선 결론에 대한 반론의 연결전제를 검토합니다. 단락들이 ‘경제·심리·교육’처럼 주제를 나누는 대신, 최종 논제를 위해 필요한 판단을 각각 맡고 있는지 보세요. 이것이 부분결론(Lemma)들로 최종 결론(Theorem)을 뒷받침하는 구성입니다.

각 단락의 첫 문장을 옮겨 적는 것만으로 논증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그 판단을 받아들일 이유, 사례가 그 이유와 연결되는 방식, 반론에 대한 응답이 실제로 그 공격을 해소하는지를 본문에 써야 합니다.

예시와 해설

6. 결론 작성례: 무엇을 확보했고 무엇은 남았는가

우연히 생긴 좋은 결과와 의도만 있었던 우연한 성공을 비교하면, 결과의 가치와 그것을 원했다는 사실만으로 창의적 성취를 행위자에게 돌리기는 어렵다. 과정을 이해하고 이끄는 방식도 살펴야 한다. 우연을 활용하는 창작은 이 판단을 곧바로 반박하지 않는다. 우연한 효과를 선택하고 발전시키는 일에도 행위자의 판단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성을 평가할 때에는 우연의 유무만이 아니라 결과가 어떤 과정에서 성취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다만 어떤 교육 방법이 이런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기르는지는 이 논증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이 결론은 본론의 비교와 응답을 회수하고, 처음 질문에 답합니다. 갑자기 ‘그러므로 특정 교육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나아가지 않습니다. 함의는 입증하지 않은 큰 말을 덧붙이는 자리가 아닙니다. 앞에서 확보한 판단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다음에는 무엇을 더 입증해야 하는지 밝히는 자리입니다.

같은 오류를 다른 문제에서도 확인해 봅시다.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임을 논증했다고 곧바로 ‘그러므로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도덕적 잘못과 국가가 형벌을 부과할 정당성 사이에는 더 설명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연결을 논증하고 싶다면 본론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결론에 새 정책이나 처벌 방안을 덧붙여서 내 글의 기여를 크게 보이게 하지는 마세요.

직접 해보기

7. 같은 순서로 자기 글 설계하기

여기까지는 하나의 고트 사례로 글 전체를 구성했습니다. 이제 자기 문헌과 논제로 옮겨 봅시다. 창의성이라는 주제의 단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논증의 어떤 판단을 서론에서 예고하고 어느 본론 단락에서 입증할지 정해야 합니다.

자기 논제로 다섯 기능을 각각 써 본 뒤, 실제 본론의 단락 옆에 대응하는 번호를 적으세요. 서론에서 예고했는데 본론에 없는 논증, 본론에서는 고쳤는데 서론에 남은 옛 결론을 찾습니다. 마지막으로 논증 전략 문장에서 ‘검토한다’, ‘살펴본다’를 잠시 지워 보고, 어떤 전제나 비교로 어떤 판단을 확보하는지 구체적으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자기 글에 적용하기: 다양성보다 충분성

다섯 단락을 채웠는데 논증은 사라진 글

앞에서는 고트의 논증 하나를 서론·본론·결론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그 작성법을 자기 글에 적용할 때 생기기 쉬운 오류를 살펴봅시다. 특히 여러 종류의 이유를 골고루 늘어놓는 습관과, 결론에 필요한 판단을 차례로 입증하는 구성을 구별합니다.

첫째, 생물학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윤리적 가치도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 영향을 살펴야 한다. 반대 입장도 일리가 있으므로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개요는 지식의 폭을 보여 주기에 편합니다. 시험이나 면접에서 배운 ‘다양하고 겹치지 않는 근거’의 습관도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각 단락이 어떤 명제를 입증하는지, 그것들이 왜 같은 결론을 지지하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분류가 잘 되었다고 추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는 항목이 서로 겹치지 않고 전체를 빠짐없이 덮도록 분류하는 생각입니다. 무엇을 조사했는지 정리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윤리·사회’의 칸을 골고루 채우는 것이 본론의 목표가 되면, 결론에 필요한 전제 하나를 집요하게 검증해야 할 때에도 자꾸 다른 분야로 넘어갑니다. 논증에서 우선할 것은 근거의 다양성이 아니라 그 근거로 해당 판단이 충분히 뒷받침되는가입니다.

다양한 이유 세 개보다, 빠진 이유 하나를 찾기

“근거를 세 개나 썼는데 왜 부족한가요?” 다음을 비교해 봅시다. ‘창의성은 산업에 이롭다’, ‘교육에서도 중요하다’, ‘개인에게 즐거움을 준다’를 각각 한 단락씩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내 논제는 ‘우연히 생긴 좋은 결과만으로는 그 사람의 창의적 성취라고 할 수 없다’입니다. 앞의 세 말을 모두 인정해도 이 논제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다른 분야의 이유를 하나씩 더했지만, 정작 결과와 행위자의 성취를 구별할 이유는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우연한 성공과 능력의 발휘를 구별하는 한 가지 이유를 사례와 예상 반론까지 거쳐 충분히 옹호했다면, 서로 다른 분야를 세 개 나열한 글보다 이 논제에 더 가까이 갔을 수 있습니다. 충분성은 분량이나 근거의 개수를 뜻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그 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결론은 받아들이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 틈을 얼마나 메웠는지 묻는 것입니다. 경험적 논증이라면 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제시한 근거보다 강한 결론으로 뛰어가서는 안 됩니다.

이 강좌에서는 “이유를 더 다양하게 찾아라”보다 먼저 “그 이유로 이 결론까지 갈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같은 사례를 더 자세히 분석하거나, 필요한 전제 하나를 오래 옹호하는 일이 다른 분야의 사례를 추가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로 다른 증거가 같은 판단을 실제로 더 강하게 뒷받침한다면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버리려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라, 다양성 자체를 논증의 완성으로 여기는 습관입니다.

Lemma–Theorem: 단락마다 먼저 확보할 판단을 맡기기

이번 짧은 글에서는 부분결론(Lemma)들을 먼저 확보하여 최종 결론(Theorem)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본론을 설계합니다. Lemma는 ‘이 단락의 주제’가 아니라, 이 단락에서 이유를 들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주장입니다. Theorem은 글 전체가 옹호하는 최종 논제입니다.

앞서 살핀 창의성의 문제로 바꾸어 봅시다. ‘창의성의 경제적·심리적·교육적 가치’를 한 단락씩 나열하는 대신, ‘가치 있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창작자의 능력이 발휘되었다는 판단은 다르다’는 부분결론을 먼저 세울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결과를 원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능력의 발휘가 입증되지는 않는다’를 논증할 수 있습니다. 두 판단을 토대로 결과만이 아니라 행위자가 과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연이 개입하면 능력의 발휘가 아닌가?’라는 반론에 답해야 합니다.

이 개요를 쓰고 “능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이 사례는 능력이 발휘되지 않았다”라고 되풀이하는 것으로 끝내지 마세요. 우연한 성공과 능력의 발휘를 구별할 기준을 옹호하고, 그 기준을 각 사례에 적용할 이유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전제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전제를 논증하는 것은 다릅니다.

큰 추론을 먼저 세우고, 각 전제를 따로 옹호하기

이 강좌에서는 먼저 ‘이 전제들이 성립하면 이 결론이 따라온다’는 큰 구조를 분명히 세우는 연습을 합니다. 결론이 도달할 곳을 정한 뒤, 그곳에 가려면 무엇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지 역으로 묻습니다. 그 구조를 실제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 5–6단락 훈련입니다. 나중에 더 복잡한 연구 형식을 사용하더라도 이 질문은 남습니다.

개별 전제를 옹호할 때에는 문헌 해석, 사례 비교, 통계, 유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전제는 잠정적으로만 지지될 수도 있습니다. 큰 추론의 형식이 타당하다는 사실이 전제까지 참으로 만들지는 않으므로, 최종 결론의 확신도 실제로 확보한 근거보다 커져서는 안 됩니다. 부분결론들이 함께 필요한 구조인지, 독립적인 증거들이 같은 설명을 누적해서 지지하는 구조인지도 밝혀야 합니다. 모든 단락을 억지로 일렬의 사슬로 만들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은 논증 부담을 없애 주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어떤 표현은 규제될 수 있다.” 이 문장은 적어도 자유의 중요성과 해당 규제의 정당성을 함께 주장합니다. 뒤 절만 설명하고 앞 절과의 긴장은 해결했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어떤 조건에서 제한이 정당한지, 그 기준이 자유의 중요성과 어떻게 양립하는지까지 옹호해야 합니다.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해악이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설명이 왜 충분하지 않은지, 어떤 손상이 생기는지, 그 손상이 왜 규제의 이유가 되는지는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 아니라’, ‘A보다 B’에 밑줄을 긋고 각각을 독립된 명제로 풀어 보세요. 접속어가 처리해 준 것처럼 보였던 논증 부담이 드러납니다.

가짜 균형 대신 실제 반론에 답하기

반대 입장을 한 번 소개했다고 공정한 검토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이 반론이 참이라면 내 어느 부분결론이 무너지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반박에서는 그 공격을 실제로 해소해야 합니다. 논증은 그대로 둔 채 결론에서만 중간으로 물러서는 것은 수정이 아니라 불일치입니다.

좋은 반론 때문에 논제를 바꾸었다면 서론, 전제, 사례의 역할도 새 논제에 맞게 고칩니다. 합리적인 절충안도 그 자체를 지지하는 기준과 이유가 있을 때 하나의 답이 됩니다. 양쪽을 조금씩 인정했다는 태도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논문은 내가 균형 잡힌 사람임을 보여 주는 전시장이 아니라, 아직 풀리지 않은 퍼즐의 답을 검토받는 글입니다.

직접 해보기

단락을 지워 보는 검사

각 본론 단락 옆에 ‘이 단락에서 확보한 부분결론’을 한 문장으로 쓰세요. 그 단락을 지웠을 때 최종 결론을 지지하는 어느 이유가 사라지는지 설명합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단락이 불필요하거나, 필요한데도 역할을 드러내지 못한 것입니다. 반대로 꼭 필요한 전제를 어느 단락에서도 옹호하지 않았다면, 표현을 다듬기에 앞서 그 빈 곳부터 채웁니다.

수업 준비와 마무리
수업 전
서론·결론 읽기 자료와 연결전제 사례
수업 후
동료 피드백을 참고해 논증 단락을 점검하고 제공된 쟁점의 논증 계획 보완
과제 3 · 논제·이유·근거 쓰기 · 작성·피드백 점검표
완성도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 보완 필요: 필요한 내용이 없거나 뜻·관계를 잘못 설명했습니다.
  • 일부 충족: 관련 내용은 있으나 일부가 빠졌거나 연결을 더 설명해야 합니다.
  • 충분히 충족: 필요한 내용을 정확히 제시하고 그 관계를 독자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 과제에서는 범주별로 한 수준을 선택하고, 판단한 문장과 이유를 함께 남깁니다. 여기의 체크는 자신의 글을 점검할 때만 사용합니다.

다음 과제에 사용할 점검표

과제 4 · 짧은 논증문 · 작성·피드백 점검표
완성도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 보완 필요: 필요한 내용이 없거나 뜻·관계를 잘못 설명했습니다.
  • 일부 충족: 관련 내용은 있으나 일부가 빠졌거나 연결을 더 설명해야 합니다.
  • 충분히 충족: 필요한 내용을 정확히 제시하고 그 관계를 독자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 과제에서는 범주별로 한 수준을 선택하고, 판단한 문장과 이유를 함께 남깁니다. 여기의 체크는 자신의 글을 점검할 때만 사용합니다.

이 차시 활동

이 차시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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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업 전 준비11차시 · 10월 6일 / 12차시 · 10월 8일같은 문헌으로 짧은 논증문 준비 · 12차시 강의자료 읽기 · 피드백 4 · 짧은 논증문의 흐름 · 순서와 점검표 확인

다음 차시 준비 항목

  • 조사·자료 준비 · 11차시

    같은 문헌으로 짧은 논증문 준비

    과제 2·3에서 읽은 분반별 문헌과 자신의 글을 다시 보고, 논제·이유·반론의 관계를 점검하세요. 새 논문을 조사하거나 업로드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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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 전 읽기 · 12차시

    12차시 강의자료 읽기

    지정된 강의자료를 읽고 이해되지 않은 부분과 수업에서 확인할 질문을 표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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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 4 · 짧은 논증문의 흐름 · 순서와 점검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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